
작성일 : 2025-10-14 15:02

[독자 기고]
가왕(歌王)의 무대와 품격의 정치
나광국 전남도의원
75세의 조용필은 무대에 올라 3시간이 넘는 공연에서 단 한순간도 흔들림이 없었다. 가창력은 여전했고 관객의 함성을 이끌어 내는 무대 매너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곡마다 스며든 진심, 그리고 세대를 초월한 감동.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60대 부모와 20대 자녀가 같은 순간, 같은 감정을 나누는 장면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세대를 통합하는 문화’였다. 그의 무대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힘이 있었고, 그 진정성은 세대를 넘어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추석 특집 KBS 콘서트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가왕의 건재함’을 다시 증명했다. 그러나 진짜 감동은 숫자가 아니라 그가 보여준 ‘소통의 방식’이었다. 조용필은 새로운 세대의 언어를 억지로 흉내 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으로 세대의 마음을 얻었다. 품격 있는 소통은 세월을 이긴다. 이 한 문장은 지금의 정치가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정치가 시대를 이끌려면 기술보다 태도, 전략보다 품격이 앞서야 한다. 진심과 품격이 결여된 정치는 결국 아무리 화려해도 공허한 쇼로 끝나기 때문이다.
정치도 무대다. 그 무대 위에서 시민은 관객이다. 정치인은 관객의 눈과 마음을 향해 노래해야 한다. 관객이 감동하지 못하는 무대는 존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오늘의 지방정치는 여전히 관객이 보이지 않는 무대, 혹은 관객의 목소리를 외면한 무대로 머물러 있다. 젊은 세대는 정치가 낡았다고 말하고, 기성 세대는 새로운 세대가 부족하다고만 말한다. 그 사이에서 정치인은 갈등의 중계자에 머무르며 세대를 잇는 리더십과 시대의 변화를 껴안는 진정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치는 원래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인데, 지금의 지방정치는 점점 더 ‘관객 없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가 돈과 조직, 그리고 권력의 관성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지방정치는 민심보다 조직의 크기, 정책보다 선거의 계산이 앞서는 구조 속에 있다. 현직의 관권이 대놓고 작동하는 선거, 행정과 정치의 경계가 흐려진 지역 현실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막고, 정치의 활력을 서서히 잃게 만든다. 관성의 정치는 시민을 피로하게 만들고, 품격을 잃은 정치는 지역의 미래를 멈추게 한다. 정치가 사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 위에 군림하는 수단이 될 때, 그 지역은 더 이상 ‘정치의 무대’가 아니라 ‘권력의 장’으로 변한다. 지방정치가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향한 존중과 공감,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볼 절제가 필요하다.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가수 한 사람의 힘이 아니다. 조용필의 무대에는 뛰어난 연주자와 완벽한 음향, 헌신적인 스태프가 있었다. 그들의 호흡이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관객은 감동을 느낀다. 정치도 같다. 지도자에게는 실력과 통찰이 필요하고, 행정을 책임지는 조직과 팀이 함께 호흡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과 함께 최고의 무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의 지방정치는 종종 실력보다 줄, 협력보다 계산에 얽매여 선거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리더의 품격은 말이 아니라 실력에서 나오고, 정치의 감동은 약속이 아니라 결과에서 완성된다. 준비 없는 리더십, 품격을 잃은 정치는 결국 관객 없는 무대처럼 쓸쓸히 막을 내리게 된다.
조용필의 무대가 끝나도 관객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 여운이 남았기 때문이다.
정치도 그런 여운을 남겨야 한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임기가 끝난 뒤에도 사람들이 “그는 품격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치. 그것이 바로 가왕의 무대가 우리에게 남긴 정치의 길. 그리고 지역이 함께 걸어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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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광국 전남도의원 더불어민주당 무안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