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10-20 12:41


낙지자원 급감·행정 기획의 한계 속에 ‘브랜드 지속성’ 시험대 올라
지역 정체성 지키려면 생태·수산·관광 연계한 구조적 전환 시급

전남 무안군이 오는 11월 1일부터 2일까지 무안읍 뻘낙지거리와 중앙로 일원에서 ‘황토갯벌의 선물! 무안낙지의 맛있는 변신’을 주제로 제3회 무안갯벌낙지축제를 연다.
하지만 ‘무안 낙지’가 귀해진 현실 속에서 낙지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가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낙지가 사라진 낙지축제’…기후와 남획이 만든 역설
무안군은 오래전부터 ‘뻘낙지의 고장’으로 불렸지만, 현재 낙지 어획량은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07년 약29만 접(한 접 20마리 기준)에 달했던 생산량은 2017년 10만 접 수준으로 줄었고, 최근 통계에서도 12만 접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기후변화, 남획, 연안 생태계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자원 고갈을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자원회복 속도가 느린 낙지의 생활사 특성까지 겹치며 '자연적 반등'이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낙지 가격은 세발낙지 한 접이 10월 20일 기준 2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어민들은 “올해는 낙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11월 초가 돼도 잡힐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군은 예년과 같은 규모의 ‘낙지축제’를 추진하고 있어, 실질적 자원 상황과 축제 기획이 따로 노는 행정의 관성적 운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낙지 중심’ 고집에서 벗어나야…행정의 사고 전환 필요
무안군은 낙지의 상징성을 살려 축제 브랜드를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낙지 생산량 감소와 가격 급등이 이어지는 현실에서는 그 전략이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축제가 지역 대표 브랜드를 살리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행정은 여전히 “낙지”라는 이름에 집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안군은 “무안 낙지를 비롯해 전어, 새우 등 제철 수산물이 풍성하게 준비돼 있다”며 “무안의 맛과 멋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의 설명과 달리, 실제 축제 현장에서 무안산 낙지를 넉넉히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상인과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결국 축제의 상징은 ‘낙지’이지만, 실상은 타 지역산 낙지나 대체 수산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 “브랜드는 무안, 내용은 타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민 참여보다 ‘행사 실적’ 중심…행정 홍보의 그늘
지역 축제가 주민 중심의 자발적 행사로 자리 잡으려면, 기획 단계에서 지역 어민과 상인, 주민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러나 무안군의 축제 행정은 여전히 ‘행사 실적’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역 문화 관계자는 “군 단위 축제가 행정 주도의 ‘연례 행사’로 고착되면 현장의 자생력은 떨어진다”며 “낙지축제 역시 지역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군의 홍보 성격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낙지 자원도 줄어드는 마당에, 지역 어업인 지원보다 행사 무대 설치에 더 많은 예산이 쓰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갯벌·수산·생태축제’로 확장해야 지속가능
무안군은 올해 축제에서 낙지 경매, 즉석 낙지잡기 체험, 김·장어·새우 판매 부스, 거리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는 낙지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종합형 수산축제’ 접근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 타이틀은 ‘낙지축제’로 유지되고 있어, 명칭과 실제 운영 내용이 어긋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무안의 축제가 낙지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갯벌과 수산업, 생태관광을 포괄하는 종합형 축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안갯벌·수산물축제’ 혹은 ‘무안갯벌생태축제’로 확대 개편해, 낙지를 포함한 다양한 수산자원과 생태자원을 함께 알리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행정이 ‘주민 중심’으로 돌아서야 진짜 지역축제
무안군은 2021~2025년 40억 원 규모의 낙지 산란장 조성 및 방류를 추진 중이나, 단기 가시성과 별개로 산란기 보호·불법포획 단속·먹이서식처 복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역시 상징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체계적 모니터링과 연계 프로그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방류했다”는 행정 성과만 강조될 뿐, 실제 어획량 회복이나 생태 변화에 대한 추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안읍 한 주민은 “낙지 방류나 축제 소식은 언론에 자주 나오지만, 어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낙지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행정이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낙지 없는 낙지축제’가 던지는 질문
낙지는 무안을 대표하는 자산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 상징이 무너지는 순간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축제 개최’가 아니라 ‘축제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행정의 성찰이다.
무안낙지축제가 단순히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벤트가 아니라, 낙지 자원 회복과 어업 생태 보전, 지역경제 순환을 함께 꾀하는 정책형 축제로 전환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번 낙지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를 넘어 무안군 9개 읍면 축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낙지가 귀해진 현실 속에서도, ‘갯벌의 산삼’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무안군의 축제 행정이 한 단계 진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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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헌 기자 news19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