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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의대 설립, 학교 한 동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세우는 일

작성일 : 2025-11-13 10:37

 


[칼럼] 전남도 의대 설립, 학교 한 동이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세우는 일

박 조 헌 기자 칼럼


 

무안군민신문 박조헌

 

전남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이 단순한 사실은 지역 의료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민들에게 오랜 세월 무력감과 체념을 심어왔다. “병이 생기면 광주를 넘어 서울로 가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거의 상식처럼 굳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과 시간, 가족의 삶 전체를 건드리는 문제다.

 

‘지방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말은 병원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지역에도 종합병원과 전문 진료과는 존재하지만, 문제는 중증 질환을 다룰 수 있는 전문의 팀과 수련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증 의료는 의사 한 명의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집도의와 보조의, 마취과, 중환자실, 협진과 의료진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 시스템이 핵심이다.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환자는 지역에 머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전남도는 국립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기반으로 한 국립전남통합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전남 지역의 의료불균형 해소와 의료취약지 고급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하며, 의대 정원을 100명 내외로 두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운영하도록 규정한다. 또 제5조부터 제8조까지는 국가와 전남도가 시설·설비 조성, 기금 설치, 토지 사용 등 재정·행정 지원을 의무화했다. 특히 제10조는 ‘지역공공의료과정’을 제도화하여 해당 학생에게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복무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본예산에는 여전히 의대 설립 관련 주요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전남도의 2027년 개교 목표는 2030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과 정원 확정, 대학 통합 절차, 병원 설립 등은 여전히 중앙정부와 국회의 조율이 필요한 과제다.

 

더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장기 복무 의무화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단순히 의대를 세운다고 지역 의료 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의대 설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의대는 지역에서 의사를 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일 뿐, 그들이 머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의대 설립은 껍데기에 그친다.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대 설립과 함께 수련병원 육성, 중증치료센터 강화, 전문의 인력 정착 지원, 지역 의료 신뢰 회복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의사 → 수련 → 병원 → 지역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지역들은 이미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 의료 역량을 키워왔다.
전북대병원, 부산대병원은 시간이 걸렸지만 중증환자가 지역에서 치료받는 비율을 높여냈다. 전남 역시 이제 출발선에 섰다. 의대를 세우고, 그 의대가 뿌리내릴 대학병원을 강화하며, 전문 의료진이 머무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남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누군가는 작은 공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이제 그 공이 떨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더 멀리 날아가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의대 설립 논의는 건물과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전남의 내일을 결정짓는 선택이다.

 

전남은 더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생명은 지역에서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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