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01-07 10:59
[오피니언]
언론홍보비 논란, 감정이 아니라 기준과 법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언론 전체를 전제적으로 폄훼하는 ‘언론 길들이기’ 프레임의 문제점
최근 무안군의 언론홍보비 지급 중단을 두고 이를 ‘언론 탄압’, ‘언론 길들이기’, 나아가 ‘독재로 가는 길’로 규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의 비판 기능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이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공적 사안을 둘러싼 논쟁은 감정적 규정이 아니라 사실과 논리, 법적 기준에 근거해 판단돼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전제돼야 할 사실은, 지방자치단체의 언론홍보비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언론사에 지급이 보장된 권리적 급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홍보비는 행정기관이 정책과 시책을 주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집행하는 목적성 예산으로, 집행 대상과 방식은 지방재정법과 예산 집행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의 재량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홍보비의 감액이나 지급 중단이라는 행위 자체만으로 곧바로 언론 자유 침해나 위법 행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안에서 공적으로 검토돼야 할 핵심 쟁점은 언론이 비판 기사를 썼는지가 아니다. 판단의 기준은 ▲홍보비 집행 기준이 사전에 명확히 존재했는지 ▲그 기준이 합리적이고 일반적으로 적용됐는지 ▲특정 언론사에 대해 보도 내용, 즉 비판 여부를 이유로 차별적·징벌적으로 적용됐는지 여부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기된 주장에는 이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자료나 공식적인 결정 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비판 기사를 썼기 때문에 홍보비가 중단됐다’는 주장은 사실 확인과 입증이 선행돼야 할 추정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특히 “무안군이 관내 모든 언론을 알량한 홍보비로 길들여 왔다”는 주장은 단순한 의견을 넘어 중대한 사실 주장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는 겉으로는 평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무안군이 의도적으로 홍보비를 수단 삼아 관내 언론 전반을 통제·종속시켜 왔다는 구체적 행위와 구조적 패턴을 전제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여질 경우 행정의 중대한 위법성은 물론, 지역 언론 전체의 윤리성과 신뢰를 동시에 훼손할 수 있어 입증 책임이 요구되는 주장에 해당한다.
그러나 홍보비를 조건으로 보도 방향을 요구했다는 공식 문서나 발언, 반복적·구조적인 차별 집행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무안군을 포함한 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언론홍보비는 통상적으로 지면·온라인 광고, 정책 안내, 공익 정보 제공의 대가로 집행돼 왔으며, 이를 언론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객관적 기록은 제시된 바 없다.
만약 실제로 그러한 행위가 존재했다면, 이는 정치적 논쟁을 넘어 감사나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됐어야 할 사안이다.
더 나아가 ‘홍보비 몇 푼에 언론이 길들여졌다’는 표현은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 전체가 행정 권력에 종속돼 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는 특정 사안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다수 지역 언론의 자율성과 직업적 윤리를 동시에 부정하는 자기모순적 주장으로 읽힐 수 있으며, 오히려 지역 언론 전반의 공적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예산 집행 문제를 과거 국가 권력에 의한 언론 검열과 동일선상에 놓는 독재 프레임 역시 신중해야 한다.
언론 통제와 강제 폐간이 자행됐던 과거와 재량적 예산 집행 문제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비례성을 상실한 과잉 해석이다.
공적 판단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 행정 행위의 적법성·절차적 정당성·형평성 여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안군 행정이 점검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홍보비 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고 투명했는지, 동일 조건 하에서 형평성이 지켜졌는지라는 제도적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는 충분히 공익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제도 검증을 건너뛰고 곧바로 ‘언론 탄압’이나 ‘언론 길들이기’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오히려 합리적 판단과 건설적 논의를 가로막는다.
언론 자유는 단정과 분노의 언어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것은 팩트와 논리,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신뢰 위에서 더욱 단단해진다.
언론홍보비 지급 중단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정 권한 행사였는지는 감정이 아니라 기준·자료·절차에 근거해 냉정하게 판단돼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프레임 싸움이 아니라 검증이며, 그것이야말로 행정의 책임성과 언론의 공적 신뢰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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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헌 기자 news19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