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전남·광주 행정통합, ‘권한 이양’의 문턱에서 균형을 묻다

작성일 : 2026-02-09 13:03

 

 

 


"핵심 특례 대거 제동…중앙부처 벽에 막힌 지방분권 시험대"
권한은 중앙에, 불안은 지역에…균형 설계가 관건
핵심 특례 축소 논란 속 동부권 수혜론·서남권 불안 교차


 

[무안군민신문=박조헌 기자]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중대한 분기점에 섰다. 중앙부처 검토 과정에서 핵심 특례가 대폭 축소·배제되면서 통합의 실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동부권 최대 수혜’ 발언을 계기로 지역 균형에 대한 우려와 반론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8일 목포대학교 남악캠퍼스에서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광주시당 관계자들은 전남광주 ‘진짜 통합 특별법’ 제정 촉구 공동결의문 발표을 발표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광주시당과 함께 지난 8일 목포대학교 남악캠퍼스에서 '전남광주특별법안 논의 제5차 간담회'를 열고, 특별법 추진 상황과 국회 대응 전략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중앙부처 검토 의견을 공유하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의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중앙부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중앙부처 검토 과정에서 핵심 특례 상당수가 불수용 또는 수정 의견을 받으면서, 권한 이양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했다. 중앙부처는 국가 기준 유지, 관련 기본법 준수,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이 같은 논리라면 특별법 제정의 실익을 다시 묻게 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일부 조항은 수정 수용 의견을 받았지만, 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전환하거나 부처 협의 절차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권한 이양의 실효성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영록 지사는 간담회에서 "이름만 특별법이고 핵심 특례가 빠질 경우 지방분권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강조한 지방주도성장을 현실화하려면 정권 초기인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상풍력·태양광 발전 인허가 권한 확대, 영농형 태양광 지구 지정 권한, 통합특별교부금 신설 등을 반드시 반영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특별법에서 제외된 농림축산식품부 이전, 농협중앙회 본부 이전, 전남권 국립대 통합의과대학 설립 지원 조항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와 광주시는 이들 사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이나 국정과제와 직결되는 중앙정부 권한 재편 사안으로 행정통합 특별법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당 내용을 법안에 직접 담을 경우 중앙부처 반발과 법 체계 충돌로 법안 통과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통합의대 문제는 별도의 정책 트랙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남은 의대가 없는 전국 유일의 광역자치단체로, 연간 약 70만 명에 이르는 원정진료가 발생하는 등 의료 취약성이 구조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원회는 ‘의대 없는 지역의 의과대학 신설 추진’을 국정과제로 확정했고, 전남도는 이를 환영하며 구체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국립순천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는 통합형 국립의대 설립을 공동 추진 중이며, 전남도도 별도의 지원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다만 의대 정원과 설립 문제는 보건복지부·교육부·의료계 협의가 필수적인 사안으로, 특별법에 포함될 경우 형평성 논란과 의료계 반발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치권에서 나온 '동부권 최대 수혜' 발언은 통합 논의의 민감한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발언은 여수·광양권 산업 침체를 고려한 산업 회복 맥락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뒤따랐지만, 서남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표현 논란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산업 비전은 동부권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정치·행정의 상징성은 광주에 집중되는 반면, 서남권은 공항·에너지·농정 등 기반 역할로만 언급돼 왔다는 인식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서남권이 기대해 온 주요 사안들이 "후순위" 또는 '국정과제로 분리"되는 과정 역시 이러한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을 지역 간 수혜 경쟁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행정통합의 성패는 단기 투자 규모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권한과 기능을 어떻게 배치하고 제도화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동부권 산업 회복과 서남권 행정·에너지·공항 기능 강화는 병행 가능하지만, 이를 둘러싼 신뢰를 확보하려면 공간 배치와 권한 행사 주체를 보다 명확히 제도에 담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전남·광주 정치권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법 조문에 담기기 어려운 사안들을 부대의견으로라도 명시해, 향후 국정과제 이행의 근거를 남기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을 둘러싼 논의는 통합이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권한과 자원의 재배치를 수반하는 정치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어느 권역이 더 많은 ‘수혜’를 받느냐보다, 어느 지역도 소외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제도로 보장할 수 있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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