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03-26 17:15
선관위 "시설물·시기 결합 시…공직선거법 90조·254조 위반 소지"
반복성·확산 구조 쟁점…"집회 안내 넘어선 선거 영향 행위 논쟁"
"헌법은 보호, 선거법은 제한"…법의 기준은 이미 제시
[무안군민신문=박조헌 기자]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무안 지역에서 불거진 정치 집회 안내 현수막 논란이 단순한 행정 갈등을 넘어 공직선거법 적용 여부라는 본질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해당 현수막이 집회 안내라는 형식을 갖춘 정치적 표현인지, 아니면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낙선을 유도하는 선거운동인지에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표현의 수위가 아니라 사용 방식이다. 시민단체가 게시한 현수막에는 특정 정치인의 실명과 함께 "부도덕한 정치인"이라는 표현이 포함됐고, 동일한 내용이 무안군 전역에 약 40여 장 설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일정한 방향성을 가진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확산된 구조라는 점에서,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선 행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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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안군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질의답변서 |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공직선거법 제90조와 제254조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주목된다.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는 선거일 전 120일부터 선거일까지 후보자(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의 성명이나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시설물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공직선거법 제254조(선거운동기간 위반죄)는 법정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낙선 유도 행위가 사전 선거운동으로 평가될 경우 별도의 위반이 성립할 수 있다.
즉 이번 사안은 단순한 표현 문제가 아니라, '시설물 설치를 통한 영향력 행사(제90조)'와 '시기상 금지된 선거운동(제254조)'이 결합된 구조인지 여부가 판단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동일한 문구가 지역 전역에 반복적으로 게시된 점은 영향력 확산 구조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시기 규제와 맞물리면서 법적 판단을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법적 판단 기준은 개별 표현이 아니라 행위 전체다. 게시 시기와 장소, 반복성, 확산 범위, 유권자 인식에 미치는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시민단체 측은 집회 신고가 이뤄진 만큼 해당 현수막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철거는 과도한 행정 조치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37조 제2항은 공공복리를 위해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 확보 역시 중요한 제한 사유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법은 보호의 근거이고, 선거법은 제한의 기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58조 역시 선거운동을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형식이 아닌 실질적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표현 내용 자체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판단 기준이 적용된다.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비방죄)는 비방 행위를 제한하고 있으나, 선관위는 특정인의 성명과 "부도덕한 정치인"이라는 표현만으로는 곧바로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해당 표현이 구체적 사실이 아닌 의견에 해당하기 때문으로, 제250조(허위사실 공표죄)와 제251조 모두 단순한 가치판단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선관위는 해당 표현이 제250조 및 제251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표현 자체'에 대한 판단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수막의 게시 시기와 방식, 반복성, 확산 범위 등 전체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작동할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90조 및 제254조 위반 여부가 별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지가 무안군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결과, 선관위는 "개별 사안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선거인이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유도하는 행위로 명확히 인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고의가 인정될 경우 위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의견 표명 수준을 넘어, '시설물 설치 + 시기 위반'이라는 복합적 구조로 평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수막 철거의 적법성 역시 별도의 쟁점이다. 행정기관은 불법 광고물로 판단될 경우 즉시 철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사전 계고 없는 조치는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단순한 현수막 철거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안의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표현이 아니라 구조, 형식이 아니라 영향이다.
해당 현수막이 단순한 집회 안내인지, 아니면 '시설물 설치 및 집회를 통한 선거 영향 행위'이자 '시기상 제한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선관위의 조사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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