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04-24 18:03

[오피니언] '의혹'과 '불복' 사이…지켜야 할 정치의 기본
무안군민신문 취재국장 박조헌
정치의 기본은 약속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정당정치는 내부 경쟁의 결과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무안군수 경선을 둘러싼 갈등은 이 기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김산 예비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경선에 참여했던 나광국·최옥수·류춘오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 제기 자체는 정치적 행위로서 가능하다. 의혹이 있다면 검증을 요구하는 것 또한 정치의 일부다. 그러나 그 방식과 시점, 그리고 그에 따른 정치적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불과 하루 전까지의 태도와의 괴리다.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일부 후보는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의례적 발언이 아니라, 당원과 유권자에게 보내는 정치적 약속이다.
그런데 하루 만에 사퇴 요구로 입장이 선회한다면, 이는 결과에 대한 불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신뢰는 일관성에서 비롯되며, 그 신뢰가 흔들릴 때 가장 큰 피해는 결국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다. 경선은 치열한 경쟁을 전제로 하지만, 동시에 그 결과를 승복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승복 없는 경선은 단순한 세력 다툼에 불과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그간 경선 불복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적용해온 정당이다. 이는 특정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물론 이번 사안은 단순한 경선 결과를 넘어선 측면이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라는 중대한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의혹’과 ‘확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이다. 현재 상황은 수사기관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일 뿐,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결론부터 요구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정치가 사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의혹이 제기되면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다.
이 순서가 뒤바뀔 때 정치적 공방은 사실 규명을 흐리고, 오히려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과도한 정치적 압박은 ‘공정성’이라는 명분과 달리 또 다른 정치적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은 지역 정치의 성숙도와도 맞닿아 있다. 선거는 경쟁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경선 이후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후보 간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감정 대립만 남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원칙에 대한 재확인이다. 경선 결과에 대한 존중, 의혹에 대한 절차적 검증, 그리고 결과에 따른 책임.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정치는 순간의 유불리에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경선 승복이라는 기본을 지키는 것, 그리고 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정당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최소한의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