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6-10-10 19:52
<발행인 오진섭 칼럼>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광역지방정부로 출범했다. 오랜 논의와 진통 끝에 새로운 통합 행정체계가 시작된 만큼 이제는 행정의 내용뿐 아니라 국민이 접하는 행정의 이름과 체계도 새로운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가기관의 명칭을 보면 아직 과거의 행정구역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정해진 광주광역공소청과 광주지방공소청을 비롯해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지방교정청,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광주지방조달청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같은 명칭에는 나름의 역사와 제도적 이유가 있다. 법원이나 검찰 등 사법기관은 기존의 관할체계와 연계돼 있고, 국가기관의 명칭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이 바뀐다고 해서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광주’라는 명칭이 호남권의 국가기관을 상징해왔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행정통합이라는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지금은 한번쯤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광주라는 명칭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과거에는 광주광역시라는 독립된 광역자치단체를 의미했지만, 이제 그 행정적 지위는 사라졌다.
더 큰 문제는 관할구역과 기관 명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광주광역공소청이나 중대범죄수사청처럼 광주를 넘어 전남은 물론 전북과 제주까지 관할하는 권역기관이라면 ‘광주’라는 명칭만으로 실제 관할범위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기관이 어디에 있느냐와 어디를 관할하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기관의 이름을 일시에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국가기관이 특정 광역자치단체를 관할하는 기관이라면 해당 광역행정구역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권역기관이라면 관할범위를 쉽게 알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기관 소재지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면 ‘전남광주 ○○청’과 같이 행정구역과 소재지를 구분해 표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특히 앞으로 국민이 행정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명칭의 혼선은 생각보다 큰 불편이 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기관을 찾고, 민원이나 법률 정보를 확인하고, 다른 지역의 기관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실제 행정구역과 기관 명칭이 서로 다르면 국민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을 담당하는 기관인지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다.
행정통합은 청사를 하나로 만들고 조직을 합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민이 행정체계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방식까지 새로운 체계에 맞게 정비될 때 비로소 통합의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은 과거의 명칭을 무조건 부정할 때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명칭체계를 고민할 때다. 법원과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을 비롯해 세무·노동·교정·조달 등 국가기관의 지역명칭을 전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새로운 행정체계가 출범했다면 국가기관 역시 그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행정구역은 바뀌었는데 국가기관의 이름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 역시 통합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