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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랭인 칼럼> 무안군민에게 희생을 말하기 전에

작성일 : 2026-10-23 15:02

 

<오진섭 무안군민신문 발행인>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국가와 정치권은 지역에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무엇을 약속했는가.

 

최근 송영길·박선원 국회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무안군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군과 민간이 활주로를 먼저 공동 사용하자는 조기 이전 방안이 제기됐고, 무안군이 요구하는 1조 원 지원에 대해서는 먼저 돈을 내놓으라는 식의 조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대응 범군민위원회는 두 의원의 사과와 함께 정부의 약속 이행계획 공개를 촉구했다.

 

이 논란을 단순한 지역 간 갈등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국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삶과 권리가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무안군민이 요구하는 것도 결국 이 원칙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군공항 이전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설명하고, 부담에 상응하는 보상과 발전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요구다.

 

범군민위원회가 제시한 광주 민간공항 선이전, 1조 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는 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특히 위원회는 1조 원 지원이 대통령실 주관 6자 협의체 공동발표문에 명시된 약속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발표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행 범위, 재원 마련 방안, 책임 주체와 일정을 공개해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약속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주민에게 먼저 결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다.

 

물론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에는 광주시의 장기적인 발전 구상과 군공항 주변 주민들의 어려움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어느 한 지역의 목소리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간 상생이란 한쪽의 양보를 당연시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부담을 인정하고,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공정한 원칙을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활주로 공동 사용을 통한 조기 이전 구상도 마찬가지다. 항공 안전과 군사작전, 소음과 환경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일정만 앞당긴다면 주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안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기대나 추상적인 발전 약속이 아니다.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부담이 발생하며, 그에 대한 보상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다. 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주민투표 역시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군공항 이전은 정치권의 선언만으로 완성되는 사업이 아니다. 이전 이후에도 주민들은 그곳에서 살아가야 한다. 소음과 환경 문제를 감당하고 지역의 변화를 직접 경험할 사람들은 바로 주민들이다. 그렇기에 주민의 동의는 절차적 요식행위가 아니라 정책 추진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무안군민의 요구를 무조건 옳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지역의 요구를 이기주의로 몰아붙일 이유도 없다. 필요한 것은 공개된 자료와 객관적인 검증, 약속에 대한 책임, 그리고 주민의 뜻을 존중하는 태도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한 원칙을 지킨다면 갈등을 줄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무안은 국가 정책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변방이 아니다. 무안군민 역시 국가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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