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자녀 둔 외국인 엄마가 중증 장애가진 아들에게 들려주는 한마디
작성일 : 2022-04-29 12:43
태영(13)이는 오늘도 학교가 파한 뒤 특수교육(언어발달)을 받으러 간다. 어눌한 어투가 좀 나아질까 싶어서다. 다행히 인근 지역의 해오름 돌봄센터에서 치료과정이 있어 그나마 엄마의 시름을 덜었다. 엄마인 알레호 로사이다(48)씨는 태영이가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태영이는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무안 가족센터의 정기랑 사례관리 담당 선생은 태영이가 어리지만 너무 의젓해서 현재의 상황이 안쓰럽다고 말한다. 정선생은 로사이다씨와 주기적으로 상담을 한다. 자녀 양육과 경제적인 고통을 토로하지만 별 도움을 줄 수 없어 정선생은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정선생은 “가족센터에서 많은 상담과 사례관리를 하고 있지만 태영이 가족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는다”까지 말할 정도다.
로사이다씨는 “처음에는 내가 한국말을 잘못 가르쳐서 태영이가 이해력도 느리고 전달력도 떨어진 줄로만 알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필리핀 출신이다. 지난 2004년에 김종학(60)씨와 결혼해 지금껏 무안에서 살고 있다. 한국 국적도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살이는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이 있어 견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정기랑 사례관리담당 선생의 귀띔이다. 남편 종학씨는 최근 오토바이 사고로 장애 3등급을 받았다. 자연스레 무직이 그를 옭아맸다. 수입이 줄었다. 기초수급비 뿐이다. 1백8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태영이 위로 태민(18), 태희(16), 그리고 막내 태은(8)이를 건사하자면 그렇다. 태민이는 목포공고 기계과에 다닌다. 한참 놀기 좋아하고 멋부리고 천방지축 뛰다닐 나이다. 그러나 엄마에게 떼쓰는 일은 없다고 한다. 로사이다씨는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큰 애도 가정 형편을 아니까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꾹 참고 말을 안한다”며 글썽인다. 둘째는 중3 여자애다. 여느 가정집이면 가장 신경이 쓰이는 자녀다. 로사이다씨는 틈만 나면 일하러 가는 형편이어서 둘째 태희를 세심하게 돌보지 못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속썩이지 않고 자기 할 일 잘하는 착한 아이라고 치켜세운다. 막내 태은이는 아직 어려서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대도 로사이다씨는 자꾸 구인광고에 눈길이 간다. 자녀 양육과 양육비는 동시에 굴러가는 축일 수 밖에 없음을 로사이다씨는 한탄한다. 그녀는 시간나는 대로 일을 한다. 작년까지는 그럭저럭 알바자리가 있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아예 일자리가 없어 그녀는 신경이 곤두서있다. 남편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란 말을 구태여 보태지 않아도 알만 하다.
자녀 돌봄과 양육비, 이 두 가지 테두리에서 자유로운 가정은 얼마 안되겠지만 유독 로사이다씨 가족이 정선생의 관심을 끈 것은 그녀가 외국인이고 태영이가 중증 장애인이란 점일 것이다. 두 상수가 정반대였다면 즉 그녀가 한국인이고 태영이가 정상아였다면 아마 쉽게 묻혔으리라 짐작된다.
정선생은 최대한 로사이다씨의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태영의 중학교 진학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태영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보니 함평이나 인근지역에 있는 특수학교를 탐문하고 있다. 통학수단이나 교육내용, 그리고 치료부분까지 세세히 살펴보고 그 중 가장 적합한 학교를 지정해 로사이다씨에게 추천한다는 게 무안 가족센터의 계획이다. 현재 로사이다씨는 치통에 시달리고 있다. 정선생은 연계기관에 치과 치료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기위한 노력이다. 그녀가 정선생과 가족센터를 고마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 있어서다. 무안 가족센터에 첫 방문한 이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아서다. 법률상으론 그녀는 분명 한국인이다. 따라서 정부기관이 도움을 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대목에서 그녀의 순수성이 엿보인다. 간혹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들이 큰소리로 항의하고 도움을 받더라도 당연한 결과로 인식하는 세태와 비교된다.
로사이다씨는 “자식들이 모두 밝다. 그리고 모두 주어진 일에는 긍정적이다. 엄마가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나를 더 챙겨준다”며 웃는다. 그리고 태영에게도 자주 속삭인다고 한다. “태영아, 엄마는 항상 너와 함께 할거야. 너는 비록 잘 알아듣지 못하고 의사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지만 엄마와 가족을 향한 네 마음만은 우리와 같을 거라는 걸 알기에 절대로 너를 내버려두지 않을 거다”며 “이후에 좋아지리라 믿지만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우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강성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