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다성 초의선사의 다선일미 사상 재조명

탄생 기념 제236주년 헌다례행사, 관광객들의 호응얻어

작성일 : 2022-05-13 11:41

솔솔 찻물 끓는 소리 / 시원하고 고요하니 / 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 영혼을 일깨우네 /

오직 흰 구름 밝은 달 / 두 벗을 삼으니 / 도인의 찻자리 / 이보다 빼어날쏘냐

다성(茶聖)은 이렇게 동쪽나라의 차를 노래했다. 커피로 아침 잠을 쫓아내기에 급급한 요즘 세대들은 영혼을 일깨우는 차 맛을 과연 느낄 수나 있는 걸까.

초의선사의 사상은 다선일미다. 즉 차 마시는 것과 좌선을 하며 수양하는 것은 같다는 말이다. 같은 정도가 아니라 차를 마시면 법희선열을 맛 본다니 감히 상상이 안된다. 차 속에 부처의 진리와 명상이 기쁨이 다 녹아있다는 그 맛이 참으로 궁금하다. 하루에 단 1분도 명상하지 않은 중생들에게 차는 그저 밋밋한 맛일 뿐이다.

인연은 하늘이 맺어준다 했던가. 초의는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정약용선생의 다산초당을 찾아 유학의 경서를 읽고 실학정신을 배웠다. 여염집도 아니고 누구나 만나기를 꺼린 상황인데도 그런 유대를 보인 것은 정녕 의지대로만은 이뤄지기 힘들다. 누구랄 것도 없이 다산은 ‘각다고’에서, 초의는 ‘동다송’에서 우리의 토산차를 극찬했다.

초의는 입하(入夏) 전후에 차를 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곡우(穀雨)에 따는 것이 관례였다. 선사는 차를 딸 때 묘를 다하고 말릴 때 정성을 들이고 좋은 물을 얻어 중정을 잃지 않는다면 몸과 신의 조화로움 속에서 다도가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선사는 색, 향, 기, 맛에 있어서 우리 차가 중국차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리산 화개동의 차 밭은 최적의 차나무 생육지라고 지목했다.

손님이 많으면 소란스러우니 / 고상함을 찾을 수 없다 / 홀로 마시면 그윽하고

둘이마시면 빼어난 것이요 / 셋은 멋이라 하고 / 대여섯은 덤덤할 뿐이요

일고 여덟은 그저 나누어 마시는 것이다

동다송 마지막에서 초의는 차선삼매의 경지를 노래했다. 그는“더러운 먼지가 없는 정기를 마시는데 어찌 큰 도를 이룰 날이 멀다고만 하겠는가”라며 선과 차의 일치를 여전히 강조했다. 득도한 고승임에도 셋이 마시면 멋이라 하니 여러 벗들을 두고 교류했던 그의 성품이 드러난다. 다산 정약용 외에도 소치 허련, 추사 김정희등은 그와 평생을 같이했다.

초의선사는 조선 후기의 대선사다.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분으로도 유명하다. 다성은 초의선사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성은 장씨고 이름은 의순, 본관은 인동이다. 1786년 정조10년에 태어난 선사는 다섯 살 무렵 강변에서 놀다가 급류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인근을 지나는 승려가 극적으로 구조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선사는 남평 운흥사에서 민성을 은사로 출가했고 19세때 영암 월출산에서 해가 지자 바다 위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명성이 쌓아가자 대흥사의 동쪽 계곡으로 들어가 일지암을 짓고 40여년 동안 홀로 불이선의 진리를 찾아 정진하였다. 초의는 동다송외에도 범패와 원예, 서예, 장 담그는 법, 화초 기르는 법, 단방약 등에도 능하였다. 이는 실사구시를 표방한 정약용 선생의 영향과 추사 선생과의 교유에서 얻은 힘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옥화 한 잔 기울이니 겨드랑에 바람 일어 / 몸 가벼워 하마 벌써 맑은 곳에 올랐네

밝은 달은 촛불 되어 또 나의 벗이 되고 / 흰 구름은 자리 펴고 병풍을 치는 구나

선사는 1866년 법랍 65세, 나이 81세로 대흥사에서 입적하였다. 선과 교의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생을 제도한 초의는 차 한잔의 맛과 멋을 이렇게 노래했다.

올해는 초의선사 탄생 236주년이다. 무안군과 무안 불교사압연합회는 탄생지 다성사 일원에서 헌다례행사를 치렀다. 승무공연을 시작으로 다도인들의 행렬과 여섯가지 공양물을 올리는 육법공양, 헌다·헌향·헌화의례, 초의선사 행장소개, 다도 시연, 첨야자들이 모두 함께하는 108 헌다례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108 헌다례는 현장에 있던 관광객들이 모두 참여한는 호응을 얻었다.

법산스님은 “매년 초의선사 탄생 문화제에서 개최한 헌다례는 초의선사의 정신문화를 추앙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중요행사이다”라며 “단순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고 다도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전국의 다도인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영희 관광과장은 “이번 초의선사 탄생문화제가 헌다례 행사로 간소하게 치러졌지만 앞으로 일상회복 전환에 맞춰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다도 체험과 풍성한 문화행사를 준비해 무안이 다도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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