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에서 살아보기 체험의 긍정적 효과
작성일 : 2022-07-15 12:37
가깝게 지낸 고향 친구 다섯 명이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들 도시에서 터잡고 가정까지 꾸렸다. 나이 오십이 넘어 부모님들이 작고하시자 고향에 갈 일이 뜸해진 친구들은 고향이란 소리만 들어도 몹시 설렜다. 옛날 생각들에 그들은 잠까지 설쳤다고 말했다.
드디어 그들은 고향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내내 어릴 적 얘기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유독 말수가 적었던 한 친구마저 재잘거리니 다른 친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인의 집에서 짐을 풀고 그들은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마을 정미소 뒤 쪽에서 동네 아이들이 모여 노래자랑을 했던 일, 좋아했던 여학생에게 몰래 편지를 건네주던 일, 아버지께 혼나고 밤 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였던 일 등등이 가슴을 울렸다.
저녁 밥상에 올라온 시래기 국과 묵은 김치는 더없는 기쁨을 느끼게 했다. 그동안 맛보지 못한 음식마냥 모두 과식했다. 모두들 내려오길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밤 8시가 넘어서자 하나 둘 씩 얼굴 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딘가 불편한 표정들이었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던 한 친구는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가 아프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잠자기 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지 않아 잠이 안온다는 친구도 있었다. 우유를 마시고 싶어 동네 슈퍼에 갔던 친구는 빈 손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말이 없던 친구들은 속으로 깊은 탄식을 했다. 겉으로 표현은 안했지만 모두들 이심전심이었다. 결국 그들은 일정을 줄여 그 다음날 도시로 되돌아갔다.
이상은 어느 수필집에 적힌 글의 한 대목이다. 이미 도시의 삶에 익숙해 아무리 고향이지만 적응하기 어렵다는 현상을 에둘러 쓴 글이다.
군은 최근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참가자들을 모집중이다. 농촌살아보기는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에게 지원되는 농촌 체류, 체험 프로그램이다. 무작정 귀촌해서 겪을 후회를 최대한 막아보자는 취지다. 한 때 시골집을 세컨하우스로 사는게 유행이었다. 그림같은 정원을 꾸미고 여유있는 노후를 즐기자는 것이 퇴직자들의 로망이었다.
후유증은 7~8년 후에 나타났다. 전원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을 낮춰도 쉽사리 처분은 안됐다. 골칫덩이로 변해버린 전원주택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원주택을 사러 온 구매자에게 공인중개사들은 먼저 연세로 살아보길 권한다고 한다. 시골집은 월세가 아닌 1년치 집세 즉 연세가 있다. 1~2년을 살아보고 나서 귀촌을 결정하는 것은 어찌보면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다.
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농촌살아보기 참가자들은 숙박비가 무료다. 월 15회 이상 성실히 참여한 사람에게는 연수비 30만원도 지원된다. 청계면 월선마을 다목적 회관이 숙소다. 승달산과 월선저수지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군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좋다고 말한다. 귀농, 귀촌에 앞서 적응기간을 가진다면 좀 더 수월하게 전원생활을 할 수 있고, 따지지 않고 돌진한 사람들에게는 닥쳐올 후회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 많은 도시민이 참여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