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

양파 풍년 속 '가격 반토막'…무안 농민들 "이럴 바엔 수확 포기"

작성일 : 2025-05-28 12:01

 


전국 최대 양파 주산지 무안군, 과잉생산·수요 위축에 가격 하락 직격탄


 

올해 양파 작황이 전국 최대 주산지인 전남 무안에서 풍년을 이루었지만, 생산량 증가와 소비 부진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무안군 운남면의 한 양파밭.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양파는 굵기와 모양 모두 예년보다 뛰어나지만, 수확의 기쁨은커녕 수확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까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잦은 비로 생육에 어려움을 겪던 양파는 4월 이후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 결구가 잘 이루어지며 전체적으로 작황이 양호했다.

 

조생종 양파는 전년보다 생산량이 9% 증가했고, 곧 수확에 들어갈 중만생종 역시 수확량 증가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풍작의 결과는 농가에 이득이 아닌 손실로 돌아오고 있다.

 

 

현재 양파 한 망(약 20kg)당 도매 가격은 1만 2천 원 선으로, 평년 대비 26% 하락했고 지난해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윤옥 씨(무안 조생양파 재배 농민)는 “인건비는 다 올랐는데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며,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든다.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양파 가격 하락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연간 수요량 120만 톤을 크게 웃도는 154만 톤의 과잉 생산에 더해,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겹친 상황이다.

 

여기에 조생종 양파의 수확이 예년보다 열흘 정도 늦춰진 가운데, 곧 이어질 중만생종 수확기와 겹치면서 추가 가격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농협과 일부 유통업체들이 밭떼기 거래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이미 약속된 거래도 흔들리고 있다.

 

노경석 전국양파생산자협의회 무안 망운면 회장은 “1만 2천 원에서 1만 4천 원 사이로 설정된 밭떼기 거래 가격도 낮추려 하고 있다”며, “농민 피해는 물론 유통 구조에 대한 불신까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양파가 저장이 가능한 작물이라는 점이다. 유통업체는 현재의 낮은 가격에 양파를 매입해 창고에 보관한 뒤, 시세가 오를 때 판매할 수 있다.

 

반면, 농민은 수확 시기를 놓치면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에도 출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또한, 정부가 올해 초 수입한 2만 톤 규모의 저율관세할당(TRQ) 양파가 국내 시장의 가격 하락을 가속화했다고 비판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입 양파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통업체가 시세를 조절하며 공급 타이밍을 조정한다”며, “정부가 수급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격 안정을 위해 소비자 할인행사를 열고, 중만생종 양파 3천 톤의 출하를 연기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미 출하가 일부 진행된 이후 발표된 뒷북 조치”라며, 양파 수입 중단과 가격 보장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양파 풍년 속 농민들의 울상은 우리 농산물 유통 구조와 농업 정책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농민의 땀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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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헌 기자  news19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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