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 2025-07-18 13:51

[기고] 무안반도 통합 논의 재점화, 협력의 계기인가 갈등의 서막인가

전남도의회 나광국 의원(더불어민주당,무안2)
최근 전남 서남권이 RE100 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30년 넘게 표류해 온 무안반도 통합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목포 정치권을 중심으로 "RE100 산단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무안반도 통합을 적극 논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또다시 특정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주도되는 '흡수형 통합'으로 흘러간다면, 무안군은 단호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RE100 산업단지 조성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통해 목포 정치권은 "서남권이 힘을 모아 국책사업을 지역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몇 년간 지지부진했던 목포-무안-신안 통합 문제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발전을 위한 합리적 제안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목포시가 산단 조성을 위한 충분한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무안반도 통합 논의는 1994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되어 30년 넘게 계속되어왔다. 그동안 주민투표 3차례, 여론조사 3차례를 거쳤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목포시와 신안군의 통합효과 분석 결과 행정적, 재정적, 경제적 파급효과가 2조 8천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었고, 무안군까지 포함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통합을 주도하던 목포시장과 신안군수가 지난 3월 모두 직위를 상실하면서 통합 논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가, RE100 산단 조성이라는 새로운 모멘텀을 계기로 통합 논의가 재차 떠오르는 것이다.
사실 무안군민 입장에서 통합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서남권 광역연대'로서의 통합이지, 특정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의 통합이 아니다.
무안군은 더 이상 과거의 무안이 아니다. 작년 7월 기준 전체 인구 약 9만 명의 50%가 넘는 4만 5,775명이 남악·오룡신도시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곳은 주로 30대·40대 중심의 젊은 세대 비중이 높고, 2005년 전남도청 이전 이후 도교육청, 도경찰청 등 주요 기관이 들어선 전남의 행정수도이기도 하다.
또한 무안군은 무안국제공항, 서해안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같은 초거대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MRO항공특화산단과 K-푸드 융복합 산단 조성으로 신산업 육성을 통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안군이 일방적으로 흡수되는 형태의 통합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현실을 아예 외면할 수는 없다. 무안군의 60대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8%로 이미 '초고령사회' 기준(20%)을 넘어섰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1.3%에 이르러 지역소멸 위험이 눈앞에 다가왔다. 또한 목포시, 신안군과 실질적인 '하나의 도시권역'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산업·교통·환경 분야 등에서 세 지자체의 협력과 공동 대응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통합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첫째, 무안의 주도적 참여가 필수다. 도시의 명칭, 청사 위치, 재정 배분, 산업 정책 등 모든 면에서 상호 대등한 논의가 보장되어야 한다. 무안이 통합의 들러리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참여하는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준비된 구조 속에서의 통합이어야 한다. 교통망, 생활권, 복지시설이 이미 연결된 상태에서 연대해야 하며, 급작스러운 통합은 오히려 지역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셋째, 미래세대의 공감이 우선이어야 한다. 청년·중장년 유입 유도, 고령자 복지 확충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사는 서남권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
무안반도 통합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서두르는 통합'이 아닌 ‘함께 그리는 미래'가 필요하다. 모든 지자체가 주체적으로 협력하여 통합을 준비한다면, 통합은 단순한 행정 결합이 아닌 서남권 공동체의 재도약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특정 지자체의 필요에 의해 주도되는 흡수형 통합이 추진된다면, 무안군은 끝까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통합은 모든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